고전 영화 중 하나로 "게임의 규칙" 이라는 영화가 있다. 프랑스 상류층 사회를 다룬 영화인데, 그 사회에서는 "불륜을 해도 은밀하게만 하면 괜찮다"라는 게임의 규칙을 지켜야 하고, 이를 지키지 않으면 아웃사이더가 된다. 이 영화에서 파일럿인 주인공은 그 규칙을 지키지 않고 귀족 부인과의 불륜을 공식화(?) 하려다가 죽고 만다.
지금까지 대한민국에서 30년동안 부의 공식, 즉 개인이 부자가 되는 게임의 규칙은 명확했다. 좋은 직장에 들어가서 -> 대출을 받아 -> 부동산을 사고 -> 한 두번 갈아탄 뒤 점점 상급지로 올라가-> 장기보유를 하는 것이다. 이 방식이 대한민국에서의 게임의 규칙이 된 이유는 실제로 제일 효과적으로 부를 쌓는 방식이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신한 보통사람 금융생활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인들의 금융자산은 20%에 불과하지만, 부동산 자산은 80%다. (그리고 금융자산도 보험과 예금 등의 자산이 많다) 즉, 거의 대부분의 부를 부동산으로 쌓은 것이다.

신한 보통사람 금융생활 보고서 중 일부 발췌
나는 아직 30대 청년이다. 그렇다면 앞으로 내가 부를 쌓아가는 과정에서 해야 하는 가장 중요한 고민 중 하나는 "지금까지의 게임의 규칙이 내 세대에도 적용될까?" 다. 만약 게임의 규칙이 달라지지 않는다고 생각한다면, 부동산 자산을 어떻게든 빨리 취득해야 한다. 이미 정해진 플레이북을 빠르게 실행하는 것이 핵심이 되는 것이다. 하지만 나는 이번에는 다르다고 생각하고, 게임의 규칙이 변화할 것이라 생각한다. 투자에서는 이 격언이 제일 위험한 격언 중 하나지만, 나는 이번에는 실제로 달라질 것이라 믿는다. 그렇다면 나는 왜 게임의 규칙이 변한다고 생각할까?
첫번째이자 가장 중요한 이유는 2025년부터 시작된 기업 거버넌스 개선 이 그 이유다. 기존에는 한국에서 주식이라는 자산은 거버넌스 이슈로 인해 가치가 훼손되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제는 그렇지 않고 실제 회사의 주인이 되기 시작했다. 예를 들어 현대차는 2025년까지 PBR이 0.5 인 상태로 배당 수익률이 7% 가까이 했다. 전세계에서 자동차를 가장 잘 파는 기업 중 하나임에도 불구하고, 회장님 마음대로 그 이익을 쓸 수 있었기에 주식 가치가 회사 자산 가치의 50% 가격밖에 안된다는 이야기였다. 기업 거버넌스가 개선되면 회사에서 벌어들이는 수익은 "회장님 마음대로" 하는 것이 아니라 "주주인 나에게 환원되는 수익"이 된다. 그렇다면 7% 배당을 주면서도 회사 계좌에 더 쌓는 자산은 엄청난 자산이 아닌가? 요즘 서울 아파트 월세 수익이 2%가 안되는 것을 생각해보자. (사실 현대차는 로봇 내러티브의 영향이 있는데, 그 이야기는 논외로 하자)
두 번째로는 가계의 장기 부채 사이클에서의 고점에 다다랐기 때문이다. 사실 국가 입장에서는 가계가 대출을 많이 내도 GDP가 올라가기만 한다면 상관 없다. (자영업자들한테는 왜 꾸역꾸역 대출을 연장해주는지 생각해보자) 가계 부채가 적었던 시절에는 빚내서 집사라고 했고, 실제로 경제 성장의 효과가 있었다. 하지만 이제 GDP 대비 가계부채가 턱밑까지 찼기 때문에 역효과가 커지는 시점이다. 빨리 디레버리징이 될지 아니면 경제가 성장할 때까지 기다리고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부채가 급격하게 늘 수는 없는 시기라는 것은 분명하다.
세 번째로는 젊은 층에서 금융 부자의 성공 사례들이 생기고 있다. 사람들은 자신의 인생 초반 성공 방식을 반복하려는 경향이 있기에, 주식으로 돈을 벌면 또 다른 10배 가는 주식을 찾게 된다. (이해가 안된다면 고개를 뉴욕으로 틀어 아케고스 캐피탈의 빌황을 알아보자) 몇년 전 엔비디아나 미국주식으로 큰 돈을 번 사람들을 가끔 찾을 수 있으며, 2026년에는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로 그 성공경험이 반복되고 있다. IT 업계에서는 스톡옵션으로 부를 이룬 사람들이 생기고 있다. 첫 번째 요인인 거버넌스 개혁까지 합쳐지면 앞으로도 이러한 경험들이 반복될 수 있다는 믿음이 생길 것이다.
또한 AI의 발전, 국제 정세 변화, 대한민국의 인구 구조 변화 또한 이러한 변화를 촉진시키는 요인이라고 생각한다. AI 경쟁에서 승리한 기업을 가지고 있는 자가 부를 얻을 것이며, 국제 정세 변화에 따라 글로벌 밸류체인의 핵심이 되는 기업을 가지고 있는 자 또한 마찬가지다.
그동안은 왜 금융 부자가 많지 않았던 것일까? 대한민국의 산업 대부분은 시클리컬이기 때문이었고, 주주 가치를 챙기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다들 도박처럼 주식 투자를 했기에, 주변에서는 집과 땅을 사 부자가 된 사람들이 많지 주식이나 금융자산으로 천천히 부를 일궈낸 사람들은 별로 없다.
하지만 지금은 점점 달라지고 있다. 네이버, 카카오를 비롯한 IT 기업들은 직원들에게 스톡옵션을 제대로 주기 시작했고, 하이닉스는 제대로 된 Profit Share를 준다. 나는 대한민국의 근본 문제 중 하나가 "망가진 인센티브 시스템"이라고 생각하는데, 금융자산 시장이 정상화되어 인센티브 시스템이 회복된다면 대한민국은 더 크게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사실 현재 기준으로 반도체 외에 좋아진 산업은 그렇게 많지 않고, 대한민국 전체를 끌고 가기에는 약한 힘인 것은 사실이다. 이 지점이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지만, 중국은 의도치 않게 우리나라에 기회를 많이 주고 있고 변화의 흐름은 이미 시작되었다.

영화 <게임의 규칙> 스틸컷
미국에는 연금 백만장자가 많다. 401k 제도가 있기 때문이다. 한국도 "생산적 금융으로의 전환"이라는 아젠다를 제시한 이상, 앞으로는 기업의 소유권을 바탕으로 한 금융 부자, 현금흐름 부자가 늘어날 것이다. 이처럼 내 세대에서 "부자 되기 게임"의 규칙이 바뀐다면, 이를 빨리 수용해야지 살아남을 수 있지 게임의 규칙을 어긴다면 아웃사이더가 될 것이다. 다만 풀어야 할 숙제가 많아 우리 세대 내내 지속될 큰 변화이기에 급하게 마음먹을 필요는 없다.
핵심 질문은 이것이다.
- 앞으로 대한민국에서 부를 이루는 게임의 규칙은 바뀔까?
- 아니면 바뀌지 않고 몇년의 소음으로 흐지부지될까?
- 그리고 여기에서 지지 않는 베팅을 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고민해보고 각자의 답을 내려야 한다.
Disclaimer - 부동산 폭락한다는 이야기 당연히 아니다. 코스닥 레버리지하라는 소리는 더더욱 아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