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월 코스피는 5000을 넘었고, 많은 사람들이 FOMO를 느끼고 있다. 포지션이 없는 사람들도 불안하지만, 유의미한 포지션을 가지고 가는 사람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너무 급격하게 올랐기에 다시 급격하게 내려갈 수 있기 때문이다.
피터 린치는 주식투자에서 하는 가장 큰 실수 중 하나는 너무 일찍 파는 것 이라고 했다. 나 또한 이번 상승장에서 "일찍 파는 실수"를 할까봐 불안한 마음이 있는데, 이럴 땐 과거를 복기하고 앞으로 실수를 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돌이켜보면 나는 몇 년 전 방산 섹터에서 일찍 파는 실수를 했고, 이를 공유하며 이번 상승장에서는 똑같은 실수를 하지 않으려고 한다. 내 경험이 이번 상승장의 투자에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원래 나는 세계정세에 관심이 많았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었다. 그러다가 우리나라의 현대로템이 폴란드에 전차를 수출한다는 소식을 접했다. 나는 이 소식이 다음과 같은 투자 아이디어로 이어질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 세계가 다극화되어 가고 있어 방산에 대한 장기적인 수요가 있을 것이라고 봤고
- 유럽의 무기생산 Capacity가 망가졌으므로
- 당연히 높아진 수요는 한국에서 소화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 (그리고 자주포 보다는 탱크 주식을 사는게 더 간지가 나지 않는가?)
실제로 위와 같은 아이디어로 현대로템을 사서 보유했다.
초반에는 예상이 적중했다.
폴란드에서 추가 계약 소식이 터지고, 분위기가 좋아지며 주가가 30% 가량 올랐다.
대략 2만5천원 근처에 사서 3만3천원대 정도까지 올라왔던 것 같다.
나는 이 정도면 잘 벌었다고 생각했고, 어쩌면 주가가 꼭지일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또한 작은 포지션에 신경쓰지 않고 싶어서 일부를 매도하는 선택지 대신 전량 매도를 했다.
대략 3만3천원 가격에 매도를 했고 그 때는 잘한 투자라고 생각했지만, 2026년 1월 현재 주가는 23만원 근처다. 나는 거의 10루타의 기회 를 놓친 것이다.
주식 투자는 실력 + 운이라고 봤을 때, 나는 과연 운이 없었던 걸까? 아니면 실력이 없었던 걸까? 이번 투자 케이스에서는 명백히 실력이 부족했다고 판단한다. 지금부터 이유를 복기해보자고 한다.
왜 샀고, 왜 팔았는가?
주식을 사거나 팔 때는 항상 "Why"가 중요하다. 나는 매수 / 매도의 이유 모두 다 실수를 한 부분이 있다.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내가 현대로템을 산 이유는 한국 방산 섹터의 구조적 성장 에 베팅하는 거였다.
따라서 현대로템부터 사는 게 아니라 섹터 전체를 사는 섹터 ETF 전략이 더 유효했을 것 같다.
또한 매크로에 기반한 탑다운 투자 아이디어로 시작했기에, 곧바로 개별기업에 투자하는 건 가설과 실행이 align되지 않은 투자였다. 차라리 섹터 ETF에 포지션을 먼저 넣어놓고, 투자 가설을 발라가면서 점점 더 뾰족하게 투자하는 게 더 좋은 전략이었을 것 같다.
매도의 이유 또한 실수한 부분이 많다. 방산 섹터의 성장이라는 투자 아이디어 자체는 틀리지 않았는데, 다음과 같은 이유로 너무 일찍 매도해버렸다.
- 방산 섹터를 잘 몰랐기에 지금의 가격대가 높은지, 낮은지에 대한 감이 없었다
- 트렌드가 꺾이기 전에 먼저 팔고 나오자 했다
- (이때는 상법 개정이 되지 않았기에) 한국 기업의 주주환원에 대한 불신이 있었다
마지막 이유를 제외하고는 전부 큰 기회를 날려먹은 실수라고 생각한다. 미래 방산 섹터의 밸류에이션에 대해 스스로 가치측정을 하려고 하지 않았으니 지금의 가격대에 대한 감각이 없었고 -> 그러니 트렌드가 꺾이기 전에 빨리 팔고 나오고자 하는 불안 심리가 강했다. 게다가 30% 정도의 수익률을 올리고 있어서, 이 정도면 충분히 만족할 수준이라고 판단해 빠르게 빠져나오는 선택을 했다.
Retrospection
결과론적 회고긴 하지만, 그 때로 돌아간다면 아래의 두가지는 다르게 접근했을 것 같다.
- 섹터 ETF부터 매수한 다음, 개별주에 대한 공부를 더 해서 점점 더 포지션을 뾰족하게 좁혀갔을 것 같다. 섹터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가 부족하니 개별주를 들고 있는 게 불안한 점이 있었고, 한 번에 공부를 다 하려고 하니 투자 아이디어가 잘 정리되지 않았던 것 같다.
- 트렌드가 꺾이는 것을 확인하고 정리했을 것이다. 한 번 상승 트렌드를 타는 섹터는 생각보다 길게 간다. 실제로 내가 매도한 이후 현대로템은 더 많은 국가에서의 계약을 따냈고 그것이 이익 및 주가 상승으로 연결되었다.
최근에 조지 소로스의 책을 읽으면서 다음 그래프를 봤는데, 내가 방산 투자에서 저지른 실수가 그대로 나와 있어 머리가 띵한 느낌을 받았다. 나는 C 구간에서 매도를 하려고 했던 것이다. 소로스의 이론처럼 현실적으로 G 구간에서 매도하는 것이 최선이었는데, 그때까지 포지션을 길게 끌고 가지 못했다.
Now What?
지금의 코스피 강세장을 이끌어가는 섹터는 단연 반도체고, 주식으로의 머니 무브 또한 거스를 수 없는 메가 트렌드다. 반성한 부분을 현재의 강세장에 적용해보면 두 가지를 명심해야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 모르겠으면 일단 섹터부터 시작해서 좁혀가는 전략을 쓰자. 예를 들어 반도체를 잘 모른다면 삼전/닉스 고민하지 말고 일단 반도체 ETF부터 담는 게 시작이다. 거기서 계속 좁혀 들어가면서 공부를 해야 한다.
- 트렌드가 꺾이기 전에 섣불리 내리면 안된다. 2026년 1월 현재 기준 아직 조지 소로스의 그림의 G 단계라고 보기는 어렵다. E 단계일 때 내릴 생각 하지 말자.
투자를 하며 실수를 할 수는 있고, 기회 또한 항상 다시 온다. 하지만 같은 이유로 계속해서 기회를 놓친다면 발전이 없고, 투자자로 장기적으로 더 좋은 성과를 내지 못하고 운에 기댈 수 밖에 없다.
자유를 얻기 위해 인생에 10루타는 몇 번이면 족하다. 이번에는 같은 이유로 실수하지 않을 것이고, 그것이 더 좋은 성과로 이어져 다음 10루타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