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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MD 투자 10루타, 그 과정에서 얻은 레슨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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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성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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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투자자들의 꿈은 10루타를 칠 주식에 투자하는 일입니다. 운이 좋게 저는 2017년에 AMD에 투자를 시작해, 처음 진입 시기 기준으로 10루타를 달성했습니다.

10루타를 쳐서 마냥 기쁠 것 같지만, 돌이켜보면 초보 투자자 시절에 투자한 종목이기 때문에 더 나은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었던 순간들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따라서 제가 어떤 사고 과정을 거쳐 AMD에 투자를 했는지 돌아보면서 앞으로의 투자 과정에서 레슨으로 삼으려고 합니다.

투자의 계기

AMD를 투자하게 된 계기는 매우 단순했었습니다. 컴퓨터를 새로 구매하게 되었는데, 기존의 강자이던 인텔 제품 대신 친구의 추천으로 AMD CPU를 구매하게 됩니다. 당시에 Ryzen 프로세서가 막 출시되었던 때라 정보가 많지 않았고, 단지 친구가 추천했기 때문에 구매했습니다.

AMD CPU를 사용하고 컴퓨터를 사용하면서 너무나도 만족했습니다. 특히나 만족스러웠던 부분은 가성비 부분으로, 최고 성능이 살짝 떨어지지만 가성비 측면에서는 인텔을 압도하고 있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 당시 저는 피터 린치의 월가의 영웅을 읽고 있었습니다. 당시의 저는 피터 린치의 말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나머지 제품이 너무 좋다는 사실만으로 저는 AMD에 투자를 결심합니다. (오해를 하는 사람들이 워낙 많았던지 피터 린치는 2015년에 월스트리트 저널에서 오해를 바로잡는 인터뷰를 하기도 했습니다. 저도 오해를 했었죠.) 당시 가격은 주당 약 13달러인 것으로 기억합니다.

이 때는 초보 투자자였기에, 당연하게도 재무제표나 현재 시총 등의 데이터는 따져보지도 않았습니다. 단순히 제품이 좋다 라는 사실 하나만으로 투자를 결정했습니다.

사면 떨어진다

몇 개월 지나지 않아, AMD의 주가는 10달러 아래로 떨어집니다. 이 당시만 해도 매일 주가를 확인하지도 않았고, 현실이 바빴기 때문에 주식을 단 1주도 팔지 않고 놔뒀습니다.

이 때는 그냥 "투자 경험한 셈 치자." 정도로만 생각하고 계속 놔뒀습니다.

amd stock graph 2017

컨센서스의 급격한 변화, 그리고 익절

그렇게 열심히 살고 AMD나 주식에 대해 큰 생각을 하지 않던 2018년, 드디어 기회가 찾아옵니다. Ryzen 3 시리즈가 나오기 시작하고 시장의 평가가 바뀝니다. 약 한 달 가까운 시간동안 주가가 2배가 된 것이죠.

시장의 평가가 바뀌게 된 주요 이유는 실제로 소매 제품에서 점유율이 많이 올라오고 있고, 이때까지 인텔의 독점 방지용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가지고 있던 AMD가 실제로 인텔의 경쟁자가 될 수 있다는 컨센서스가 형성되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amd stock graph 2018

저는 이 경험으로 인해 컨센서스가 주가에 영향을 끼치고, 어쩌면 컨센서스가 주가를 형성한다라는 사실을 실제 경험을 통해 배울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순식간에 컨센서스가 바뀌면서 주가가 2배가 되는 경험은 짜릿합니다. 투자자로써 "봐? 내가 맞았지?"라는 생각이 들면서 의기양양해지는 순간이 이 때가 아닐까 싶습니다. 이런 생각은 경계해야 할 수도 있지만, 이런 과정의 즐거움이 주식의 장기 보유를 가능하게 하지 않나 싶기도 합니다.

그나저나 저는 이 타이밍에 절반을 매도해버립니다. 사실 이 때는 "두 배를 벌었으니 절반을 팔면 일단 이득이네?"라는 얄팍한 마음에서 매도를 했습니다. (그렇게 매도한 돈으로 애플을 매수해서 다행입니다.)

성장과 성급한 매도

그 이후 2018년 말 금리인상기가 찾아오고, 주가는 다시 반토막 가까이 납니다. 하지만 2020년 팬데믹이 찾아오고 그 해 여름 급격히 풀린 유동성을 바탕으로 다시 주가는 2배를 가게 됩니다.

이 때 저는 또 절반을 매도해버립니다. 웃긴 점은 2020년에 매도할 때는 나름 근거가 있었다는 점입니다. 소매 시장 점유율 기준으로 인텔의 절반을 넘고 있었고, 그 이상으로 점유율을 높이며 성장하기 힘들다는 것이 주요 근거였죠.

amd stock graph 2020

2023년 관점에서 이 결정을 보자면 너무 성급한 매도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계속해서 산업 내에서 성장하고 있는 기업이었고, 기업의 경쟁력에 대한 믿음이 있다면 게속 동행할 수 있는 기업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너무 일찍 비중을 줄였던 것 같습니다.

지루한 보유의 순간, 그리고 지금까지

2020년에 매도한 이후, 처음 매수한 금액의 20% 정도만 가지고 지금까지 보유하고 있습니다.

2022년 하락장에서 한 주도 팔지 않았고 2023년의 끝을 맞는 지금 다시 처음 진입한 때의 10배가 된 모습을 보고 있습니다.

amd stock graph 2023

그동안 다른 투자를 계속 이어오면서 변동성을 버티는 맷집도 좋아지고, AMD의 성장에 대한 믿음도 있기에 계속 보유할 수 있었던 것 같지만, 가장 중요한 점은 매수 시점으로 인한 안전마진이었던 거 같습니다.

변동성이 심한 종목이라도 매수 타이밍이 좋아 안전마진을 확보하니 심리적 압박감이나 스트레스는 거의 없었습니다. 이러한 변동성 속에 몸을 맡기면서, 직장인 투자자로 스트레스를 받지 않으려면 매수 타이밍을 보수적으로 잡아야 다른 생활에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는 점도 깨닫는 순간이었습니다.

Lessons

2023년 말 기준으로 돌아보니 AMD에 투자한지 벌써 7년째 되는 해입니다. 운이 좋아 훌륭한 턴어라운드주에 투자를 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7년 전에 투자를 시작하게 해준 종목이 AMD였는데, 지금 돌아보면서 AMD 투자를 통해 많은 것을 배웠구나 싶습니다. 배운 걸 정리하자면 많지만 주요한 레슨을 정리하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1. 주변에서 투자 아이디어를 찾을 수 있고, 이를 찾아야 금융업계보다 한 발 앞서 좋은 기업에 투자할 수 있습니다. 제가 컴퓨터를 사고 그냥 게임만 했다면 10루타 투자 아이디어를 찾을 수 있었을까요?
  2. 주식은 성장성이 확실히 꺾이기 전까지는 계속 보유해야 한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너무 성급히 주식을 매도하면 많은 수익을 놓칠 수 있습니다.
  3. 회사가 성장하려면 오랜 시간이 걸릴 수도 있고, 저평가의 시간을 견뎌야 한다는 것을 경험했습니다. 피터 린치도 수익이 제대로 나기까지 3~4년이 걸렸음을 이해해야 합니다.
  4. 컨센서스가 가격을 만듭니다. 컨센서스가 어떻게 형성되는지 공부하고 이를 선도하면 이익을 올릴 수 있습니다.

사실 투자과정에서 반도체 산업에 대한 깊은 이해를 하면서 투자를 하지 못했던 점이 AMD 투자에서의 아쉬운 부분이지만, 계속 공부해나갈 계획입니다. 앞으로도 AI 산업에서 AMD가 시장에 기여할 수 있는 역할을 믿습니다.

저는 AMD 투자를 통해 투자의 진정한 재미를 깨우친 것 같습니다. 여러분도 이런 경험을 통해 즐겁고 행복한 투자자가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앞으로의 과제

하지만 저는 이런 작은 성공경험에 안주하지 않고 더 나아갈 계획입니다.

갓 초보 단계를 벗어난 투자자의 한계는 자신이 경험한 하나의 성공경험만을 계속 반복하려 한다는 점인 거 같습니다. 저는 턴어라운드 성장주를 발견하는 아주 운이 좋은 기회를 발견했기 때문에 투자에 성공했다고 생각하고, 이러한 성공은 운의 영역이지 계속 복제 가능한 영역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여러 투자 스타일을 유연하게 잘 적용할 수 있는 Swiss Army Knife같은 투자자가 되고 싶습니다. 앞으로도 여러 투자 경험을 블로그로 남기고 공유하려고 합니다. 같이 성장하는 투자자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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